어디까지나 개인의 경험에 의한 일반화이므로, 모든 외국계 회사가 이렇지는 않다는 점 이해 부탁드립니다.
언제적 이야기를 해볼까 고민하다, 현재 회사의 최근까지도 겪고 있는 프로젝트에 대해 이야기해보겠다.
불과 4년전만해도 다른 IT정책
무슨 이야기냐고? 4년 전 입사를 했다면 그때 회사와 지금의 회사 분위기 및 조직이 완전 다르다는 의미다.
왜 다르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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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CIO가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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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조직 CIO가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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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조직 CIO가 바뀌었다.
내가 이 회사에 있는 동안 일어난 상황이다. 외국계 회사는 외국 임원이 3년 이상 유지되는 것이 드물다. 이 회사 뿐 아니라, 그간 다른 회사에 있을 때도 최소 6개월에서 많게는 3년 정도 되면 (최장 5년 까지 있는 사람도 보긴 했다) 회사 내 다른 자리로 옮기거나 짤리거나, 이직을 위해 나간다.
아시아 조직이나 한국 조직 같은 작은 범위의 CIO는 보통은 승진으로 인한 보직 이동 케이스가 많지만, 글로벌 CIO는 보통은 회사와 맞지 않아 짤리거나, 자신이 자리를 박차고 나간다.
그나마 글로벌 CIO가 세팅을 해둔 정책 기조 방향이 나쁘지 않고 회사 흐름과 맞다면 그 것을 다른 사람이 개승해서 조금 변경 후 따라가지만 보통은 사그리 바뀌는 경우도 흔하다. 조직이 작을수록 그런 기조가 더 심하지만, 이미 비용과 시간을 투자한 프로젝트를 손바닥 뒤집듯 바꿀 수 없기에 새로운 CIO가 들어와도 당장 실무자선에서 크게 바뀌는 건 없다.
그러나 기존 CIO가 IT기술 기반 CIO가 아니고 비지니스 위주의 CIO였고, 새롭게 들어오는 CIO가 IT테크 기술 경력의 CIO라면 상황이 다르다. 이렇게 새로 오는 CIO는 회사가 IT테크 기술력을 자사 경쟁력으로 탑재하고 싶고 자체 에코 시스템을 통합적으로 구축하고 회사의 미래를 IT에 초점을 맞추고자 하는 니즈가 강해서 들어온다.
이런 CIO는 자리를 잘 잡는다면, 정말 회사의 한 획을 그을 수도 있지만 안 맞는다면, 기존 기성 임원들과 불협화음이 생길 수 있다. 희안하게도 탑 라인 임원 이야기임에도, 그 이야기가 나같은 인력급에게까지 내려오는 걸 보면 소문이라는게 참 무섭다.
어찌됐든 최근 회사의 정책은 IT테크기술 기반으로 그 동안 아웃소싱만 해왔던 IT인력들을 대거 자사 인력으로 고용하고 IT 조직을 키워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알게된 글로벌 솔루션 엔지니어링 매니저는 30여명의 개발 인력을 최근 고용해서 한시름 놓았다 라는 말을 했는데, 같은 회사이지만 남의 회사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아 괴리감이 들었다.
글로벌 본사는 어찌됐든, IT 기술팀을 키우고, 자체 데이터 확보 및 데이터 분석, 그 외 기술 관련 벤처를 M&A하는 등 다방면으로 노력하는 것 처럼 보인다.
자~ 그 말은?
글로벌 본사도 구조 조정을 최근 엄청나게 단행했다. 자체 개발 인력을 확보하려보니, 기존 아웃소싱 인력을 줄이고, 더불어 그 인력을 관리하던 관리자급 인력이 필요없어지다보니 다른 포지션으로 옮기려고 해도, 기술 기반 팀에게 일반 운영관리자 급 인력이 들어갈 자리는 없었던 것이다.
마켓은 10명 중 1명만 잘라도 10% 구조조정을 단행하는거지만, 수천명이 있는 글로벌 IT조직은 10% 만 잘라도 수백명이 나가야 되는데, 나는 옆에 없었지만 울고 불고 난리가 난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 나는 1명만 구조조정으로 나가도 마음이 넘 좋지 않던데, 수백명이 나가는 상황이면 상상이 가지 않고 경험해보고 싶지 않다;
어찌됐든, 어느정도의 구조조정이 끝나고나서 새로운 CIO도 뽑히고, IT정책도 다소 안정되나 싶었더니 코로나가 터졌다.
여러모로 4년전의 상황과 지금은 너무 달라졌다.
팬시 그자체인 글로벌 조직
코로나로 인해 자택근무, 원격 화상회의, 글로벌과 로컬 협업이 더욱 많아지면서, 한국에 있음에도 업무를 글로벌과 더 많이 하는 상황들이 속속 생겨났다. 불과 1년전만 해도, 소문으로만 듣던 글로벌 테크팀과 직접 일을 하게 됐을 때 그들의 엄청난 인력풀과 Knowledge에 깜작 놀랬었다. 정말 머리부터 발끝까지 엔지니어인 인력들이 3개의 나라에서 나뉘어져 협업 하고 있었다. 3개의 서로 다른 국가에 각 기술전문 팀이 새로운 인력을 영입하고 팀을 구성하고 있었다.
그들의 위키 페이지를 처음 알았을 때, 방대한 자료에 대해 깜작 놀랬었는데 이미 새로운 기술자 인력이 들어올때 온보딩 교육과 자체 실습을 위한 기술 테스트환경까지 체계적으로 셋업된 것을 보고, 와 현재 회사CIO가 이런걸 정말 원했구나 싶었다. 그 팀은 새로운 CIO가 들어오고 나서 셋업된 팀이라, 정말 엔지니어들의 집합소였는데 그들의 위키 페이지를 보는 것만으로 너무 재미가 있었다. 따라가지 못하는 내 머리가 함정. 그런 내용을 보고 지식을 습득해 나가는 과정에서, 한국어로 된 내용이 너무 없다는 사실에 이 블로그를 개설하고 IT이야기를 조금 한국어로 풀어보고 싶어졌던 것도 사실이다. 외국IT팀들은 이런것에 관심이 있구나 라는 좀 겉핧기식의 이야기를 해도 '키워드'를 노출해줄 수 있다면 이후 구글을 통해 검색 할 수 있을테니 말이다.
종합적으로 다시 정리하면,
글로벌 조직 자체는 아주아주 화려해서 이미 그들에겐 애자일 프로젝트 방법론이 생활이다. 전문 Scrum 조직도, Project management 교육 팀도 존재하고 기술 인력을 트레이닝하고 있었다.
그말은,
한국팀은 심하게 말하면 돌 깍고 있는 윈시부족 같았다. (그들은 아주 스마트한 사람들이나, 교육 및 제반 인프라가 받춰주지 않아서이다) 글로벌 팀이 '애자일 방법론'을 이야기해도, 글로벌 본사의 교육을 들어본 적이 없는 한국팀이 그들과 같은 이해로 프로젝트에 임할 수가 없었다.
결국 자체 리더십을 갖지 못하고 항상 글로벌이 하는 프로젝트 리딩 방식에 끌려갈 수 밖에 없다. 글로벌 프로젝트 지원이라는 목표아래에.
우리는 애자일 조직이라고요?
잊지 못한다. 글로벌과 프로젝트를 같이 하면서, 글로벌 프로젝트 비지니스 PM이 '우리는 애자일 조직이다' 라고 한 말을. 그러면서 프로젝트의 전체 진행 상황이 한눈에 들어오지 않아 애를 먹었다. 상황이 너무 모호하게 흘러가 이 부분에 대한 피드백을 계속 요청했더니 '각 팀 하나하나 모두 애자일 팀으로, 각 팀 매니저급이 각자 책임을 갖고 진행한다'라고 했다. 내가 이 회사에 처음 들어온 1년차 였다면 '그러니?' 했을지도 모른다.
애자일 방법론이 맞는 상황도 있지만, 마켓에 새로운 솔루션을 도입할때는 애자일 방법론 + 워터폴 프로젝트 방식이 같이 콤비네이션 되야 한다. 이런 프로젝트는 데드라인이 존재하니까.
애자일 방법은 데드라인을 세팅하지 않을 때 가능한 이야기이다.
"알겠어, 애자일 조직인거 알겠으니까, 그런데 프로젝트 진행 사항이 안 보이잖아, 언제 그걸 우리가 볼 수 있는거야?"
슬그머니, 각 조직들이 해야될 테스크가 상세히 나오려면 2개월은 더 걸리고 지금 비지니스와 하는 1차 분석 단계가 끝나면 JIRA Story 세팅 및 각 작업 리스트가 만들어지는데 이후 여러조직의 상세한 일정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시트가 완성될거라 한다.
"2개월동안의 진행 사항은 어떻게 트래킹할거야?"
각 팀 매니저들이 자기들의 세션에 대해 리딩할거고, 이후 주간미팅과 시니어 매니저급 정기 회의에서 상태가 업데이트된다고 한다.
"아니, 그래서 그팀의 진행 사항을 전체정리하고 비지니스가 제대로 인풋이 들어가고 있는지, 어느정도 각 팀이 분석을 진행하고 있는지 트래킹하는 걸 어떻게 할거냐고"
"...."
처음에는 이게 서구권과 생각차이인가? 이렇게 팀에게 무한 신뢰를 주고 의지하나 싶었는데, 모국어가 영어인 내 윗 매니저가의 생각이 나와 차이가 없다는걸 알고는 글로벌 비지니스 매니저에게 끊임없이 프로젝트 진행 사항에 대한 업데이트가 필요하다고 인풋을 했다.
아직도 글로벌 비지니스 PM이 '애자일'이라는 걸 정확히 이해하고 '우리는 애자일 조직이다!' 라고 이야기했는지 아닌지는 알길이 없다. 분명 대략적인 컨셉은 이해를 하고 말했을 거라 생각하지만, 아무때나 '애자일 조직' '애자일 방법' '애자일 관리' 라는 말을 붙이면 '애자일'이 여기저기 요리에 쓰이는 만능간장처럼 그런데, 먼가 이 반찬 저 반찬 맛이 다 비슷해서 무얼 먹고 있는지 모르겠는 그런 느낌이 든다.
애자일 프로젝트 방법론은 결국 방법론이다.
프로젝트에 맞춰, 회사에 맞춰 진행하는 것이 필요하며 또한, 그 컨셉이 익숙하지않는 사람들이 있기에 관련 교육을 반드시 해줘서 이해를 시키던가, 또는 프로젝트 멤버들의 인풋에 귀 담아 들어야 된다.
팀마다 다른 진행 속도, 진행 방식
최근 하는 프로젝트는 대략 로컬 비지니스 8팀, 로컬 IT팀 4팀, 글로벌 비지니스 10팀, 글로벌 IT 5팀 정도가 붙어서 일을 하고 있다.
이 조직과 일을 하면서 놀란 점은, 이 솔루션의 도입 전 이미 5-6개의 마켓에 롤아웃을 한 경험이 있고 분명 체계가 잘 잡혀있는 조직임에도, 각 팀마다 진행 방식도 서로 다르고 속도도 너무 달라 팀 케바케라는 것이다.
글로벌 PMO 조직은 대략적인 프로젝트 방법론에 대해 설명하고, 실제 각 팀의 세부적인 진행을 체크하지 않다보니 한동안 로컬 팀들의 혼란이 장난이 아니였다. 약 1달 쯤되었을때 몸빵으로 경험한 것들을 토대로, 이해도가 서로 올라가고 아 이 팀은 이런 스타일이구나, 저 팀은 저런 스타일이구나 라는 것을 알고 나서 그나마 마음이 편해지긴 했지만, 여전히 한눈에 볼 수 없는 진행 사항은 사실 안개속을 걷는 느낌 같았다.
이 느낌은 내가 글로벌 PM이 아니라 그들의 방식에 의존하고 따라가야 되는 입장이다 보니 더 강하게 받아들이는 걸수도 있겠다.
한팀은 아직도 비지니스 요구사항을 '듣는데' 집중하고 있고 - 이젠 좀 아웃풋을 주지 않을래?-
다른 한팀은 비지니스 요구사항을 다 받고 나서 요약해서 글로벌 스탠다드와 한국지사의 갭이 무엇인지 1차 브리핑을 하는 중이며, - 그래, 너희가 그나마 고맙다-
다른 한팀은 벌써 데이터 맵핑을 시작했고 - 설계단계는 일정상 아직 멀었는데? 그래도 고맙다-
또 어떤 팀은 딱 1번 만났다. - 뮝미-
만약 이게 전통 워터풀 프로젝트 방식이였다면 아마, 속도가 빠른 팀들은 저런 속도를 내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이런 방식의프로젝트에서 가장 큰 문제는 저 팀과 이 팀의 영역에 교집합이 있는데 이게 잘 모이지 않고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래서 더욱 각 팀과의 의견 교류를 할 수 있는 종합 미팅이 분명 필요한데, 글로벌이 이 부분을 세밀하게 컨트롤하지 않는걸 알고, 이후 엄청나게 인풋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인풋이라 하면 '나 이 프로젝트 안개속이야, 잘 안 보여, 염려돼' 이런 사인을 계속 보내면서 로컬 팀 입장에서는 데드라인이 정해진 비지니스 요구사항 분석 기간안에 비지니스의 인풋이 제대로 들어가고 있는지에 대해 끊임없이 이슈를 제기할 수밖에 없는것이다.
난 IT인데, 왜 자꾸 비지니스PM이 연락을 줄까
로컬 비지니스 PM으로 선정된 사람은 '애자일 방법론' 자체에 무지했고, 기대하는 역할과 실제 행해지는 내용이 달라, 어쩔 수 없이 그들의 프로젝트관리 영역을 자꾸 관여하기 시작했다. 대체적으로 비지니스 요구사항이 들어가는 분석 기간에는 IT팀이 앞단에 나서지 않고 지원을 주로 하는데, 익숙하지 않는 프로젝트 상황에 전체적인 그림이 그려지지 않고, 대체적으로 시스템에 대해 큰 그림을 이해해야지 좀 더 좋은 인풋을 넣을 수 있는데 비지니스팀에서 이런 부분이 어려웠던것으로 보인다.
도와준다는 생각으로 중간에 빠지는 부분을 지적해주고 전체적인 흐름에 벗어나지 않도록 계속 도와주다보니, 어느새 비지니스 PM이 나에게 자꾸 연락을 하고 어시스던트를 해달라고 요청을 해서,
"난 IT PM이고, 그 요청을 로컬 비지니스 PM에게 해주면 좋겠다."
그랬더니, 자기들은 IT / 비지니스 크게 구분하지 않고 서로 맞물려서 일을 하기 때문이란다. 그 밖에 여러가지 말을 붙였지만, 우선 정중하게 로컬 비지니스 PM에게 다시 요청을 해줬으면 좋겠고 나도 그 말을 전달하겠다 라고 하고 마무리 지었다.
실제 글로벌은 자기들 역할이 아주 명확히 나뉘어져있다. 물론 이 프로젝트가 잘 되길 원하는 마음이 한 마음이겠지만, 그들도 자기 책임이 아닌 영역을 나서서 하지 않고 책임을 지지 않는다. 상대방에게 인풋을 하고 의견을 이야기할 뿐이다. 그 비지니스 PM은 자기와 관련된 일을 깔끔하게 해줄 사람에게 기대고 싶었기에 그렇게 이야기한거고, 사실은 앞과 뒤가 조금은 맞지 않는 이야기였다.
이미 내 역할 범위 외 일을 추가로 더 하고 있는것에 대해 내 상위 매니저의 피드백이 지속적으로 들어오고 있었고, 점점 뒤로 갈수록 IT적으로 챙겨야 될게 생기면서 내 범위가 아닌 곳에 신경을 썼다가 내 일도 잘 못할거 같아 어느 선부터 업무 분리를 하기 시작했다.
여전히 이 프로젝트는 현재 진행중이라,갈 길이 멀지만 나 역시 이 애자일 방법론으로 얼마나 OUTPUT이 빨리 나와 서로의 영역을 한데 뭉쳐 전체 그림을 보여줄지 너무 궁금하다. 지금 하는 프로젝트는 개발 단계로 갔을때 그 '애자일'이라는 방식이 꽃을 피울것 같은데 '워터폴' 방식보다 확실히 프로토타입이 빨리 나와서 비지니스가 실물을 바로 볼 수 있고 피드백을 넣을 수 있는 프로젝트 방식이라, 프로젝트가 좀 더 진행되면 추가로 글을 포스팅해보겠다.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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