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까지나 개인의 경험에 의한 일반화이므로, 모든 외국계 회사가 이렇지는 않다는 점 이해 부탁드립니다.
상위 매니져는 항상 존재한다.
사장이 아니라면, 회사에는 항상 나보다 더 높은 직급의 사람이 존재하고 나를 평가한다.
오늘은 그간 경험했던 상위 매니져에 대한 이야기를 가볍게 해볼까 한다.
좋은 기억 속 매니져
개인적으로, 나는 너무 마이크로 매니징을 하는 것도 당하는 것도 좋아하지 않는다. 나와 궁합이 맞는 매니저는 너무 날 간섭하지도 않고 적당한 위임과 책임을 넘겨주고 서로 신뢰하는 것이다.
'방임'과는 다른 개념인데, 자기가 겪어본 경험 베이스로 전체적인 그림을 이해하는 상위 매니저는. 어느 선까지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좀 우회하더라도 해결해가는 내 모습을 지켜봐주면 금상첨화다.
그런 상사를 만나본적이 있냐고? ..
솔직히, 100% 이상적인 매니져를 겪어본 적은 없다.
한 85% 정도 부합하는 상사는 지금 내 옆에 있다. 어찌 보면 복이다. 모국어가 영어인 외국인이라, 그가 피드백을 줄 때 다소 완화된 표현으로 들리는 걸 수도 있겠다. 실제 뉘앙스가 원어민처럼 느껴지지 않으니 나쁜 이야기를 할때도 그 느낌이 썩 안 와 닿을때도 있다. 그러나, 전체적인 그림을 그리고 다른 이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명확한 방향을 제시하고, 코칭까지 완벽한 그 사람을 보면, '와 대단하다' 란 말이 절로 나오고 옆에서 배우는 것도 많다. 지금 같이 있는 매니저는 좋은 사람임은 분명하고, 대신 프로젝트가 몰릴 때 엄청 디테일한 스타일이라 개인적으로는 ^^; 괴로울때도 있지만, 내 복이라 생각한다.
과거 매니져들을 돌아보면, 음, 장점이 많은 사람도 분명 있었지만 전체 점수를 준다면 60%도 못 미치는 것 같다.
꼭 더 이야기하자면 바로 직전 회사의 매니져가 기억에 남는다. 유능하고, 일 머리가 탁월한 스타일이였는데 현재 회사 매니저가 똑부 스타일이라면, 그 분은 똑게 스타일이였다. 일 스타일이 안 맞는 건 아니였는데, 당시 회사 구조조정 시즌으로 인한 기존 직원 정리 시 보여진 모습과, 실패에 대해 용납하지 않는 모습은 내가 생각하는 리더십의 모습과 상이한 부분이 있었다. 아마 그런 사건들이 없었다면 몇년 그 회사를 더 다니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이 두 사람은 내가 생각하는 좋은 기억속 매니져로 분류된다.
[경험1] 사정상 몇 주 자택근무를 해야될 상황이 생겼는데, "난 널 전적으로 믿기 때문에 니가 자택근무를 해도 업무 성과 및 효율이 전혀 걱정되지 않는다" 라는 말을 들었을 때. 단순히 입에 발린 말이 아니라 자신이 나와 일을 하면서 겪은 실제 경험담을 섞으며 나를 평가해줄때 객관적이면서 듣기 좋은 피드백으로 들리고, 동기부여를 주는 놀라운 코칭이였다. 나도 같이 일하는 동료와 팀원을 100% 신뢰할 수 있는 매니저가 되고 싶었다.
불편한 기억 속 매니져
왜 사람의 뇌는 부정적인 느낌을 더 잘 기억할까? 사람의 가장 원시적인 감정인 공포가 아주 강력해서 의지를 거스르는 것이 힘들어서 그런걸까.
그간 겪은 매니져들 대부분은 불편한 기억들이 더 많다. 매니져와의 트러블을 첫째, 내가 당시 성숙하지 못해서일 수 있고 둘째, 그들이 성숙하지 못해서 일 것이다. 사람간의 트러블이 생기면 서로 이야기를 통해 해결해나가거나, 그 트러블을 발생시킨 근본 문제를 조속히 해결하면 되는데, 그것에 대한 접근을 하지 않고 근시안적인 접근 방식을 가져서였다.
한마디로 둘다 애였던거지.
그러나 다시 돌아간다고 해도, 그 매니져들을 보고 싶지 않은 걸 보아, '배움'을 주지 않는 매니저라는 사실이 큰 원인 작용을 하는 것 같다.
그렇다, 배움을 주지 않는 사람 밑에서 일을 하면 당장은 배가 부르고 등이 따뜻할 순 있겠지만 2-3년만 지나도 커리어적으로 큰 기회를 잃게 된다.
주니어 1-2년때 분명 배움을 주는 매니져였으나 이후 커리어 라인상 더이상의 배움을 주지 않는다면, 사실 그들도 그 기간동안 배움이 없었던 매니저라 생각한다.
같이 성장하는 매니져야말로 당신과 매니저의 나이에 상관없이 환영받을 것이다.
상당수의 매니져들은 나를 방임했고, 건설적인 피드백으로 포장하여 나를 꾸짖었고, 권력으로 누르는 상황들이 반복되었다. 그들도 사실 속으로는 두려웠을지 모른다. 대부분은(100% 아니다. 진짜 싸이코도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더 없이 좋은 사람들이였으나, 매니저라는 포지션에 들어가면 그들을 교육하는 체계가 많이 부족했다. 대부분은 부하직원들에 대한 교육이 많았고, 그들이 교육이 필요하다는 걸 알리고 싶지 않았으며 그게 배움의 기회보다 무능함으로 연결된다는 느낌을 받는 것 같았다.
[경험2] 이전 회사에서 이직 의사를 밝히고 송별회를 했을때, 친한 직원들이 송별 선물로 패션잡화를 선물했었다. 제법 이름이 있는 브랜드라 몇십만원대로 직원들이 1/3로 나눠 선물한 터라 1사람당 십만원가량 나눠낸 것으로 보인다. 이 사실을 매니저가 알고 왜 그런 비싼 선물을 받냐고 마지막 송별회 날까지 잔소리를 하며 회사가 인센티브를 줬고 챙겨줬으면 선물은 작은 것만 받고 나가지 왜 그런 선물을 받냐고 비정거렸다.선물 받기전까지 난 그 선물이 무엇인지도 몰랐다. 그런 매니져도 있는 것이다.
좋은 회사에서 좋은 매니저가 자란다.
그렇다. 상위 매니져를 위한 리더십 교육을 제공하는 회사 교육 체계가 정말 중요하다.
엄마 아빠가 처음부터 엄마 아빠 부모님이 아니였듯이, 매니져도 처음 날때부터 매니저인 것은 아니다.
매출이 크고 회사 조직 규모가 클수록 교육 시스템이 잘 형성되어있는데, 지금 회사도 직급 레벨별 글로벌 교육과 로컬 교육이 혼재되어 구성되어있다. 최근엔 코로나로 외부 교육을 갈 기회가 없어졌지만, 불과 작년만 하더라도 외부 교육을 포함하여 2-3번의 교육 기회가 있었다.
교육이라 함은, 자기성찰, 매니저관련 교육, 업무스킬업 등 다양한 주제로 이뤄졌는데 새로운 교육으로 인한 자극으로 잠시 업무에 벗어나 리플레시 (공식적인 업무 땡땡이)가 가능했고 다른 부서 사람들을 다양하게 만날 수 있는 점이 좋았다.
일정 금액의 교육 예산과, 시스템은 소위 복지 시스템으로 볼 수 있으므로, 혹 이직을 할 경우 HR의 교육 시스템을 체크해보는 것도 참 좋은 면접 질문이 될 것 같다.
마지막으로 질문하고 싶다. 당신에게도, 나에게도.
좋은 매니져를 만나는 건 복이다. 당신은 복을 주는 좋은 매니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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