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정 명절이 채 끝나기도 전에 응급실 행. 결론만 말하면 대상포진에 걸렸다.
그것도 안면, 얼굴에. 에이구.
대상포진이란?
수두바이러스에 걸린 사람이, 수두를 일으킨 후 신경 주위에 무증상으로 남아있다가 면연력이 떨어질때 신경을 타고 나와 피부에 발진을 일으키며 심한 통증을 유발하는 질환
서울아산병원
어릴적 나도 수두에 걸린 적이 있고, 이마에 수두 자국이 있다. 저번에 코로나 걸리고 나서 몸이 계속 안 좋았는데, 대상포진에 걸리다니. 면역력이 정말 낮아지긴 했나보다.
명절 때 찾아온 오른쪽 편두통, 그것은 대상포진의 전조증상이였다. (D-0 ~ D+1)
신혼때보다는 덜 하지만, 여전히 명절때 아침에 일찍부터 와서 전을 부치고, 제사 음식 준비를 어김없이 도와야한다. 시댁이 지방인지라 차로 꼬박 7시간을 가고 (운전은 신랑이 했다) 선잠을 자다가 아침 8시에 도착한터라, 2시간 눈을 붙이고 10시부터 시작한 제사음식 준비. 시 어머니는 더 쉬라고 하시지만 잠도 달아났고 누워만 있기에는 주방 소리가 너무 컸다.
형님이 오시고, 점심 한차례 먹고 조금 쉬는데 두통이 엄청나게 오기 시작했다. 편두통 자체도 처음 경험하는터라, 머리 한쪽에만 이리 두통이 심하게 오는 걸 처음 경험했다. 결국 누워서 쉬다가 타이레놀을 2알 먹고 두통 빈도가 줄자 살만했지만 여전히 이마와 두피가 저릿저릿하게 아프고 두통은 계속 이어졌다.
그날 저녁은 가족들과 식사를 한 후, 돌아와 자고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니 또 두통이 계속 이어졌다. 이때만 해도 피부 발진이 따로 있진 않았고 두통만 엄청나게 심해졌다. 아 귀도 아팠는데, 중이염인가 의심될만큼 아팠고 오른쪽 눈 충혈이 심해졌다
편두통 이후 2일째부터 시작된 발진, 엄마의 경락 (D+2~D+3)
시댁제사를 끝내고 친정에 와서 쉬고 있는데 두통은 이전보다 줄었지만 피부가 닿으면 칼에 베이는 듯한 아픔이 있었고, 살짝 두드레기 같은것이 이마에 올라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두피를 만지면 여전히 피부가 예민해서 아픈데 울퉁불퉁한 느낌마져 났다.(알고보니 두피부터 포진이 올라왔는듯)
이때만 해도 그냥 몸이 안 좋은거라 생각들어 엄마가 집에 있는 괄사로 경락을 해줬는데 (엄마는 과거 피부관리실을 하셨다) 경락을 한지 1분?도 안되서 어깨가 저 모양이 됐음. 엄마는 이게 다 피부안에 있던 안좋은 물질이라며 오른쪽 어깨가 이렇게 안 좋다고 아빠한테, 신랑한테 소문 소문을 낸다. 실제 같은 압인데도 왼쪽 어깨는 거의 반응이 없었는데 오른쪽 자체가 안 좋긴 했나보다.
집에 돌아오고 나서 하루 자고 3일째쯤 되니 피부 발진이 눈에 띄게 일어나기 시작하는데, 혹시나 싶어 편두통을 검색하다가 우연히 '대상포진' 키워드를 발견했다. 아뿔사, 대상포진에 나온 증상이 나의 증상과 완전히 똑같았다.
대상포진 자가진단법 영상
그리고 도움을 받은 대상포진 자가진단법.정말 완전 똑같다.
중앙대 대학병원 응급실을 가다. 대상포진 진단 결국 받고 (D+3 ~ D+4) // 약받은지 D+1
만약 몸에 난 대상포진이라면 그냥 명절 대체휴일까지 다 쉬고 동네 병원을 갔을텐데 얼굴에 대상포진이 있는 경우에는 하루라도 빨리 응급실을 가는게 좋다는 글들이 많이 보여 중앙대 대학병원 응급실을 가게 됐다. 대상포진으로 발생하는 이차질병, 눈병이나 중이염을 염려해서이다.
겉으로 봤을때 가장 심한 건 눈. 응급실을 갔을때까지만 해도 피부 발진은 심하지 않았다.
피부 병변은 별로 심하지 않았고, 눈 충혈이 좀 심했다. 피부 통증은 현재 진행형이였고.
중앙대 병원에 가서 1차로 피부과 의사 검진을 먼저 받고, 대상포진 진단을 받았다.
눈을 보더니 안과의사 협진을 바로 연결해주더라.
안과 검사도 같이 했는데 다행히 눈 안쪽에 염증은 보이지 않고, 각막 옆에 병변이 보이지만 심하지 않다고 했다. 그래서 받은 안약 3종 세트. 크라비트 점안액 1.5%, 버건점안겔, 오큐리산안연고.
안약을 이렇게 많이 받아보는것도 처음.중앙대 안과 검진 좋더라. 꼼꼼함.
눈은 충혈기가 심해서 눈을 제대로 뜨기 어려웠지만 시력이 크게 떨어지지 않고 그냥 흐릿하게 보이는 상태라 우선 계속 지켜보기로 했다. 중앙대 피부과 의사는 내 상태를 보고 대상포진 경증으로 진단하고 관련 약을 받고 퇴원했다. 대학병원같은 상급병원은 3일치밖에 약을 처방할 수 없기에 중앙대에서는 3일치를 받고, 4일치 약 처방전을 따로 내어주었다. 대상포진 약은 항바이러스제와 각종 진통제, 소염제, 해열제, 위장약 등을 섞어서 주더라. 팜시버정, 울트라셋정, 동아가스터정, 타세놀 등등.
이 약중 '팜시버정 250mg'이 가장 중요한 항바이러스제다.
항바이러스제는 증상 나오고 72시간내 먹어줘야 예후와 효과가 좋다고 한다. 나는 수포가 올라온지 D+1-2일만에 먹었지만 편두통이 온후 D+4정도쯤 먹은터라 72시간내라고 해야될지 좀 애매하다. 그러나 인터넷으로 여러번 검색한 결과 수포가 올라오고나서 라는 이야기가 많아, 72시간 내 먹었다고, 최대한 빨리 잘 먹었다고 스스로 다독거리는 중. 명절이라 응급실을 가기 잘한것 같다. 응급실 비용은 안과 검진 + 3일치 약 모두 합쳐서 15만원대로 나왔다. (이후 4일치 약을 외래 약국에서 지어때는 2만원대였다.)
이때만 해도 이정도에서 끝나는줄 알았지.
대상포진 D+4~D+5 //약 받은지 D+2 ~ D+3
대상포진이 정말 만만하지 않은 병이구나 싶은게, 하루만에 급속도로 상태가 안 좋아지더라. 약을 먹는 와중에도 바이러스가 내몸이랑 계속 싸우고 있구나를 절실히 느끼는 중. 두피에서 시작된 대상포진은 점점 이마쪽, 코쪽으로 타고 내려오더니 그 상태에서 다행히 멈췄다. 눈쪽에 대상포진이 많이 생겨 눈을 제대로 뜨기 어려워졌다. 피부 상태도 점점 나빠지고 있음.
D+4때만 해도 이정도에서 멈추는줄 알았느나.
눈에 젤타입 안약을 넣으니 더욱 시력이 떨어지고 앞이 뿌연 느낌이다.
D+5. 최악의 피부 상태.
D+4일부터 어지러움증과 구토감이 계속 올라와 가만히 앉아있는것도 어려웠다. 정말 아이고 아이고 소리가 절로 나오고 눈물이 계속 났다. 출산의 고통보다 더 아프다고 하던데, 나는 그 정도는 아니였고 (난 출산도 난산이긴 했다) 진통제를 먹고 참을만은 했지만, 통증보다 어지러움증과 구토감이 더 고통스러웠다.
나머지 4일치 대상포진 약을 받기 위해 약국을 갔으나
중대 응급실 처방전을 가지고 동네 약국을 갔더니 다른 약은 다 있는데, 팜시버정이 없다고 했다. 몸이 너무 아파서 남편이 대신 주변 약국을 2군데 갔는데 둘다 팜시버정이 없어서 제조를 못해오고 그냥 온것이다.
약 다 떨어지면 어쩌나 걱정이 되서 단골 약국을 갔더니 팜시버정을 대체할 수 있는 성분, 약함량이 똑같은 다른 회사 약이 있다고 국민건강공단 데이터로 교환이 가능한지 확인해보겠다고 하더라.
다시 돌아온 약사는 '팜시아정'이 교환 가능하다고 했다. 그래서 팜시아정으로 대체해서 먹기로 함. 혹시나 동네 약국에서 항바이러스제 같은게 없으면 대체 약으로 동일성분 지어 먹으면 되니 걱정말자.
대상포진 약을 먹기 시작해도 대상포진 바이러스가 발현되는 양상이 원래 점점 심해졌다가 수그러드는 그래프를 그리는터라 좀 더 심해질거라는 중앙대 의사 말이 생각났다. 역시나 약을 받고 나서 D+2일까지도 점점 심해져서 고통이 이만저만이 아니였는데, 신기하게도 D+3부터 조금 눈 뜨는것도 나이지고 이렇게 PC를 사용하는것도 수월해졌다. 무엇보다 어지러움증이 나아져서 한결 좋았다.
이제 내 걱정은 피부 흉인데, 대상포진은 움푹 파인 흉으로도 휴유증이 유명해서, 아직 수포가 딱지도 생기지 않은 시점에서 얼마나 휴유증이 있을지 상상이 안간다.
응급실에서는 연고는 따로 처방 해주지 않았는데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아시클로버 크림이 항바이러스제 연고로 대상포진 연고로 유명해 약국에서 하나 사서 같이 바르고 있다. 사실 연고의 효과는 아직 잘 모르겠다. 드라마틱한 효과는 눈에 보이지 않는듯.
회사는 병가를 내두었고, 이번주는 내내 쉴 생각이다. 그래도 이렇게 블로그 글을 쓸 수 있을만큼 눈을 뜰 수 있고 안 어지럽다는 사실에 너무 행복하다. 항상 작은것에 감사하고 건강에 꼭 신경 써야겠다. 최근 하기 시작했던 간혈적 단식도 안하기로 함. 그냥 좋은 음식 많이 먹으련다.
2탄이 궁금하면 아래 링크를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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