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요
이 회사에 온지도 어언 3년이 되어간다. 아직 이직을 하고픈 마음이 없는 건, 좋은 사람들과 적당한 업무, 이직하기엔 이제는 적지 않은 나이 때문일 것이다.
10년 넘게 외국계 회사 IT팀으로 일을 하면서 4번의 이직을 했다. 그간 외국계 회사에 있으면서 있었던 경험을 이야기해볼까 한다. 외국계 회사의 분위기가 궁금한 취준생 및 직장인에게 조금이나마 도움되고자 작성한다.
어디까지나 개인의 경험에 의한 일반화이므로, 모든 외국계 회사가 이렇지는 않다는 점 이해 부탁드립니다.
참고로, 그간 이직했던 회사는 연 매출 1천억, 전체직원수 100명 미만 회사부터, 여러번의 이직 후 현재 국내 연 매출 1조원, 전체직원수 800명이상인 회사를 다니는 중이다.
외국계 회사 어떤가요?
정말 다양한 외국계회사가 한국에 진출해있다. 2017년 기준으로 외국계 법인이 투자중인 회사는 약 17000개 정도로 새로운 상황이 아니다. 이름이 비교적 알려진 세계 1000대 기업의 외국계 기업은 80%가 수도권에 몰려있다고 한다. 따라서 당신이 수도권 소재의 직장을 구한다면 외국계 회사도 고려 해볼만하다.
많은 외국계 회사는 자회사, 합작회사, 총판 등 다양한 형태를 가지고 있으나 흔히 "나 외국계 회사 다녀" 라 말할 수 있고 누가 들어도 알 수 있는 브랜드의 회사라면 자회사나 합작회사일 가능성이 높다.
그간 경험한 외국계 회사 분위기는,
근무 시간이 비교적 자유롭다. 대부분 유연근무제를 도입한다.
유연근무제도를 많은 외국계 회사가 도입한다. 유연근무제도란, 출근 시간을 7시 - 11시 사이 자유롭게 지정하고 8시간 근무시간에 맞춰 퇴근을 하는 제도가 대표적이다. (8시 출근하면 5시 퇴근. 9시 출근하면 6시 퇴근. 10시 출근하면 7시 퇴근 )
그외 회사 근태 시스템에 따라, 1주 전체 근무 시간을 총합하여 더욱 유연하게 근무시간을 를 제공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월요일에 10시간 업무를 했다면 다른 요일에 2시간 일찍 퇴근할 수 있도록 말이다.
많은 회사가 자체 근태 시스템이 있어, 출입 카드로 출근/퇴근 시간을 등록하고 직원 근태를 모니터링한다.
자유로운 점심시간과 회식 분위기
일반 한국 회사와 마찬가지로 한국 근로법을 따라가므로 8시간 근무 시 1시간의 휴게시간(=점심시간)을 가질 수 있다. 공식적으로 12시 - 1시로 지정되어도, 많은 사람들이 자유롭게 하는 분위기다. 12시 반에 갔다가 1시 반에 온다던지, 또는 1시간 이상 점심시간을 사용하기도 한다. 매번 그런다면 눈치가 보일 수 있지만, 직원 동선 모니터링을 타이트하게 하지 않고, 모니터링할 리소스도 많지 않아 티가 나지 않는다. 이를 악용하는 직원들은 많지 않다. 휴게시간을 많이 가질 수록 누적되는 잔존 업무가 많아지기 때문에 점심시간을 반납하고 일을 하는 직원들도 종종 있다.
팀끼리 우루루 몰려가서 먹는 점심 문화는 외국계 회사마다 케바케. 팀끼리 몰려서 먹는 회사는 기본적으로 회식도 많고 술을 많이 먹는 한국계 회사 같은 느낌이다.
실제 외국계 회사는 술을 거의 먹지 않거나 점심 회식을 하기도 한다. 술을 곁들어진 회식일지라도 과하게 먹는 일은 거의 없다. 본인의 취향따라 더 먹는 건 말리지 않지만, 회식이라는 이름 하에 N빵을 하는 경우도 있으니 주의.
회식비가 모자라면 식사는 N빵으로 주류는 회식 비용으로 또는 그 반대로 처리하곤 한다.(이러니 굳이 회식을 강제 참석할 필요는 없지만, 가지 않으면 직원간 교류가 적어지는 건 사실)
또한 이런 회사는 점심도 각자 알아서 챙겨먹는 편이다. 현 회사도 코로나 이전에도 많은 사람들이 도시락이나 간단한 음식을 사서 카페테리아에서 먹거나, 자리에서 간단히 먹곤 한다.
점심 식사 후 남는 시간은 자유롭게 사용하는 편이다.
야근이 많지 않다. 위크앤라이프 발란스가 확실히 존재한다.
주 40시간 이상 근무 시, 즉 야근이 필요할 경우 반드시 상위 매니저에게 사전 승인 받아야 한다. 52시간 근로시간 준수 제도가 도입 전에도, 주 40시간 이상 근무를 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회사 노조가 있는 경우 더욱 주 40시간 이상 근무를 하지 않는 편이며, 초과 근무 시간에 대해서는 수당을 제공하나 HR팀이 강력한 모니터링을 하는 편이다. 단, 계약서 조항에 포괄 임금제 형식으로 주 10-12시간 초과 근무 수당을 이미 제공하는 회사라면 주 52시간까지 별도 수당이 제공되지 않는다. 업무시간 외 전화나 추가 업무지시가 많지 않고, 있더라도 다음날 하는 분위기이다.
대체적으로 수평적 조직 문화를 가지고 있다.
직급 체계가 다른 한국 기업보다 간소한 경우가 많아 팀장 - 팀원의 형태로 구성되는 상황이 많고, 팀원 간에는 나이와 큰 상관없이 수평적인 조직문화를 보유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분위기는 끊임없는 내부 직원 트레이닝으로 인해 형성된 문화로 의도적으로 회사가 심어놓은 조직 분위기가 있다. 팀장의 행동 규칙, 팀원의 행동 규칙 등 회사가 기대하는 직원의 상이 있고, 특히 서구권 외국계회사는 "SPEAK OUT" 문화가 있어 다소 수줍은 경향이 있거나, 나이 많은 사람에게 참는게 미덕인줄 아는 사람은 당황할 수 있다.
팀장이 어떤 스타일이냐에 따라 팀 분위기가 다르듯이, 탑-다운 지시 + 급한 성미를 탑재한 팀장이라면 수직적인 문화가 없을 수 없다. 팀장이 아닌, 팀원간에 수직적인 문화를 가지고 있다면, 그건 외국계 회사를 가장한 전통 한국회사라 할 수 있겠다.
개인주의 성향이 강하다
부서별 업무 강도는 다르겠지만, 대체적으로 개인이 맡은 일을 소화만 하면 된다.
예를 들어 IT부서는 맡고 있는 각 시스템을 온전히 담당자가 관리하여 각개 전투를 한다. 일반 운영부터, 업체 관리, 글로벌과 현업, 비용 처리까지 End to End 오너쉽으로 한 시스템을 온전히 맡을 가능성이 높다. 팀 사이즈에 따라, 관리 시스템을 여러개 담당할 수 있다.
그러다보니 프로젝트 포함하여 하루 업무량이 많으면 아침 팀원 인사 후 자기 업무에 바로 몰입하는 상황이 왕왕 생긴다. 따라서, 팀간 의도적인 공유 문화가 없다면 상대 팀원이 어떤 업무를 하고 있는지 모를 가능성이 높다.
팀웍은 강조한다
개인주의 성향이 강하다고 해서, 개인이 마음대로 하라는 뜻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팀원으로서 확실히 팀윅을 보이고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 팀윅을 벗어나는 행동을 당신의 리더가 본다면 고과에 반영될 수 있다. 외국계 회사 성과 평가는 20% 회사 매출, 50%는 개인 성과, 30%는 팀 성과 및 개인의 발전에 포커스를 두는 등 다양한 측면으로 성과를 측정하기 때문에 팀윅과 개인에 대한 평판은 중요한 성과 지표중 하나이다.
회사에 따라 360도 평가도 가능하므로 (팀원이 팀장을 평가, 팀원이 팀원을 평가, 팀장이 팀원을 평가, 다른 팀원, 팀장이 평가 등) 평소 평판관리 및 다른팀과의 협업도 중요하다.
영어는 능력이다, 그러나 모두가 다 잘하는 건 아니다
기본 업무언어는 '영어'이다. 본사 위치에 따라 중국어, 일본어 등 그들의 모국어가 우대받을 수도 있지만 영어가 기본 탑재되야 가산점을 받을 수 있다.
다양한 인종이 모여 업무를 하기 때문에 공통 비니지스 언어는 무조건 영어이며, 비지니스 영어 수준만 해도 업무에는 큰 지장이 없으나, 버터 발린 화려한 발음과 수려한 영어 문장은 분명 본인의 무기이다.
하지만 영어를 네이티브처럼 잘하는 인재보다, 비지니스를 이해하고 그 부서의 업무 경험이 많은 비지니스 영어 수준을 하는 경력인력이 많이 채용되며, 영어는 어디까지나 커뮤니케이션의 도구로 인식된다.
네이티브 영어 스피킹이 안되면, 취직 후에도 꾸준히 영어 공부를 하는 사람이 많다. 영어를 전혀 못하는 경우, 업무영역이 확장되지 않고 결국 해당 포지션에서 도태되어 영어가 가능한 다른 직원으로 대체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다양한 복지혜택이 존재한다
복지포인트, 복지몰, 자사제품 직원할인, 헬스지원비, 도서지원비, 카페테리아, 쾌적한 사무공간, 건강보험등 다양한 복지혜택이 존재한다. 회사에 따라 복지 제도를 개별 신청하거나, 통합 복지포인트로 제공하여 자유롭게 쓰도록 제도화하기도 한다. 현재 회사도 250만원 복지 포인트를 별도 제공하여 자유롭게 소비가 가능한 복지 신용카드를 제공하고 있다. 매년 1월 갱신된다.
높은 직급은 대부분 외국인이 포진해있다
한국, 일본,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권 지사는, 외국인 임원이 한자리씩 대부분 차지하고 있다. 마케팅, 영업, HR, 파이넨스, IT등 각 부서 헤드급 임원은 다양한 인종의 외국인이 차지한다. 일본계 회사라면 대부분 일본인이 차지하고, 서양권 회사라면 미국, 인도,호주 계열 사람들이 많이 들어온다. 한국인이 임원으로 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며, 승진 하더라도 임원 레벨에서 유리천장에 부딪칠 가능성이 높다.
최근 인종차별 문제와, 다양성 부족이라는 이슈를 해결하고자 의도적으로 여성 임원, 유색인종 임원을 뽑는 경우가 많아졌으나 그들에게 유색인종이라 함은, 브라운, 엘로우, 블랙을 모두 포함하는터라, 한국인 입장에서는 여전히 외국인 임원이다. 영업같이 로컬 한국 매장을 관리해야 되는 팀의 경우 한국인이 임원으로 포진하기도 한다. 따라서 외국계 회사 임원을 노려본다면 영업팀이 확률상 높다.
한글 직급 타이틀과 해외 직급 타이틀이 별도로 있다
한글 직급은 사원-대리-과장-차장-부장 -임원급 직급으로 구성된다면, 해외 직급 타이틀은 좀 더 단순하게 팀원-팀장-임원급직급 형태로 구성이 되곤 한다. 영어 타이틀로는 Senior specialist, Manager, Director 등 더 다양할 수 있지만 Director급은 거의 준 임원급 직급으로 헤택도 많고 올라가기 쉽지 않다. 한글 직급과 해외 직급의 균형이 맞지 않을때도 많은데 한글 직급이 '대리'지만 영어 직급은 'Manager'라든지, 한글 직급이 '차장'인데 영어 직급은 'Specialist'라든지 괴리감이 생기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한글 직급보다 해외 직급을 휠씬 높게 인정하는데, 회사 연봉인상과 보너스 체계도 해외 직급을 따라간다. 해외 직급 승진과 달리, 물가 상승률을 감안하여 일정 비율의 연봉 인상은 별도 이루어진다.
승진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 그러나 어린 나이 승진의 기회는 항상 열려있다
외국계 회사는 신입을 잘 뽑지 않고 경력 위주로 뽑는다. 처음 들어올때 직급이 중요하며, 업무가 확장되지 않는 이상 해외 직급 타이틀이 연차를 단순히 채웠다고 해서 승진되지 않는다. 따라서 몇년을 일해도 해외 직급이 그대로 유지되는 경우가 많고, 또는 자신이 적극적으로 새로운 잡 포지션에 지원하여 1년만에 승진 하는 경우도 있다. 어디까지나 자신의 선택이며 십년 넘게 동일 직급으로 일해도 만족하는 Specialist, Senior Specialist급의 40-50대도 존재한다.
가장 빨리 승진되는 경우는, 사원/대리급으로 들어왔지만 영어를 잘 해서 해외 연수 기회를 일찍 잡고 1-2년정도 해외 근무 후 한국에 돌아왔을때 Manager 급으로 승진하는 사람들을 많이 봤다.
Director 급 이상부터는 우리나라로 치면 상무/이사급에 가깝기 때문에 승진이 쉽지 않다.
부서별로 진짜 외국회사 같은 느낌과, 한국 회사 같은 느낌이 공존한다
무늬만 외국계 회사인 한국 회사들이 있는데, 보통 조직 규모가 작으면 체계와 힘이 특정인에게 쏠리는 느낌이 강하다. 조직이 작은 경우는 보통, 한국에서 해외 브랜드를 병행 수입하다 규모가 커지면서 해당 브랜드의 지사로 편입하는 경우가 많으며 이 경우 기존 조직의 체계가 유지되면서 외국회사의 이미지가 덮어쒸워진다. 지사 전환 후 조직 개편으로 불필요한 인력을 한번 정리해고 할때 살아남은 조직원을 중심으로 팀이 새로 꾸려지고 이후 새로운 인력이 들어온다. 이때 외국계 회사인줄 알고 들어온 신규 직원들이 깜짝 놀라는 상황이 생기곤 한다.
어느 정도 안정화되고 조직규모가 커지면, 본사에서 새로운 관리직급을 만들어 자신들이 원하는 인력을 넣고 지사 조직을 글로벌 전략에 맞춰 크게 조정하는 시기가 온다. 인력과 부서를 한번 더 통 폐합하며 지속적으로 기존 인력을 정리하고 새로운 인력으로 대체하는 상황을 계속 만든다. 이때 외국인 임원을 하나씩 꼽아놓는다.
새로운 인력들이 50% 이상 차지할때, 비로서 기성인력과 신규인력의 융합이 이루어지고 외국계 회사 같은 느낌이 난다.
한국 대표에게 속한 부서와, 해외 대표에게 속한 부서가 각각 존재한다.
한국지사 사장님이 당신의 최종 보스가 아닐 가능성이 있다. 글로벌 조직에 바로 편입되는 부서의 경우 그들의 최종 보스는 글로벌 팀의 헤드이지, 한국 지사장이 아니다. 한국 지사장은 보통 영업, 마케팅, 파이넨스, 무역, 물류팀 등 지사장이 반드시 컨트롤 해야 되는 부서들을 묶어 관리하고, 한국 지사장이 굳이 관리하지 않고 글로벌 전략을 따라가는 법무, 감사, IT, HR, 구매 등 특정부서는 글로벌 조직장에게 묶여 관리되는 편이다. 회사마다 글로벌 부서종류를 케바케.
기본급 대비 보너스의 비율이 높지 않다. 대부분 /12 개월로 지급을 한다.
외국계 회사는 포괄임금제 형식으로 연간 받는 금액 즉 연봉으로 계약서 계약이 되고, 이를 12개월로 나누어 월급을 받는 형태로 많이 이루어진다. 한국계의 다른 중소 또는 대기업처럼 연봉을 12개월 보다 더 잘게 나누어 (14개월 등) 매달 월급을 적게 받고 남은 금액을 상여처럼 추가로 더 주는 시스템을 채택하지 않는다. 달리 말해 설날, 추석과 같은 명절 상여금은 존재 안할 가능성이 높고, 1년에 1번 회사 매출 성과와 자신의 업무 성과에 맞춰 보너스를 더 받는다.
보너스의 비율은 높지 않으며, 보통 10-15% 사이로 받는 편이다.
대부분 사무실 인테리어가 훌륭하다
그동안 다닌 외국계 회사는 인테리어가 상당히 좋은 편이였다. 잘 꾸며진 게스트용룸과 제반되는 인테리어는 상대회사에게 좋은 이미지를 심어 줄 수 있다. 대부분 강남권 건물에 세 들어 몇개층을 빌려 쓰는 구조라, 1개 층은 일반 로비와 미팅룸을 잔득 만들어 대외/내외적인 공간으로서 인테리어를 신경쓴다. 또한 책상, 의자는 퍼시스 같은 비싼 사무 가구를 사용하고, 책상 높이가 조절되는 스탠드형 책상도 구비를 해놓는 편이라 업무 시 집중할 수 있는 괘적한 환경이 탑재되어있다.
회사의 스탠다드 프로세스를 중요시한다.
회사에 처음 들어가면 각부서의 정책문서를 볼 수 있는데, 스탠다드 정책이 글로벌에서 내려오고, 그 정책을 한국어로 번역을 한 후, 일부는 한국 상황에 맞춰 로컬라이징, 변경한다.
글로벌 스탠다드에 위배되지 않는 선에서 회사 운영이 가능하며, 스탠다드를 위배하는 상황이 생기면 굉장히 민감하게 받아들인다. 예외 케이스로 생기는 업무들을 최대한 스탠다드에 편입 또는 아예 없애버리려고 하기 때문에, 스탠다드 프로세스를 지키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수칙이다.
좀더 자세히 이야기하자면, 1000만원 이상 구매를 발생시킬 경우 부서장 승인, 한국파이넨스장, 아시아대표파인넨스장 승인을 반드시 받아야 된다 같은 구매 규칙부터, 글로벌 시스템 오류로 지원을 받으려면 로컬 IT팀으로 바로 오지 말고 서비스 티켓을 발행 시켜, 시스템서비스 요청을 먼저 해야 된다든지 등 모든 업무에 스탠다드 프로세스가 적용된 편이다.
여전히 프로세스가 정립되지 않는 로컬 업무도 많은데, 이 경우에는 그 부서장이 스탠다드 프로세스에 관심이 없거나 무지한 경우가 많으며, 글로벌 본사와 현업이 없는 부서일 가능성이 높다.
(이런 부서는 이러다가, 결국 사라지곤 한다)
젊은 사람들 위주로 근속 연수가 짧은 편이다. 근속이 오래된 사람일수록 나가지 않는다.
외국계 회사라는 긍정적인 이미지 때문에 대학 졸업예정 취준생이나, 해외 연수후 취업을 원하는 젊은 사람들이 취업을 하고 싶어한다. 막상 들어왔을 때 오래 근무하는 경우는 드물다. 외국계 회사가 대부분 경력직으로 뽑기에 개인 플레이가 많고, 회사에 별도의 멘토-멘티 시스템이 없거나, 신입을 끌어주는 분위기가 아니라면 1-2개월 적응기간후 바로 업무에 투입이 된다. 일이 잘 맞고 계속 긍정적인 도전을 주면 다행인데, 그렇지 않다면 왜 이런 업무를 하고 있나 매너리즘에 빠질만큼 업무 강도가 낮을 수 있다.
부서별로 정말 케바케인데, 처음부터 신입에게 강도 높은 도전 과제, 프로젝트를 넘겨주는 부서도 있지만, 단순 업무를 지속반복시키는 부서도 분명 존재한다. 신입을 키워주려는 마음이 없는 부서들은, 보통 근속이 오래된 직급이 낮는 사람들이 많이 포진되어있다.
따라서 본인이 들어간 조직도를 살펴보고 어떤 직급들이 많이 있고 업무를 하고 있는지 자세히 들여다보면 자신의 미래가 보인다. 근속이 오래된 사람일수록 나가기 힘든 이유는, 외국계 회사의 기본 연봉 상승률과, 괜찮은 복지로 이를 대체할 다른 회사가 없어서일 가능성이 높다. 또한 근속이 오래된 사람일 수록, 영어를 상대적으로 못한 가능성이 높아 다른 외국계 회사로 이직하기 쉽지 않기에 최대한 오래 다니려는 경향이 있다. 이런 사람들이 많은 부서일수록, 젊은 사람들이 들어오기 쉽지 않다. 보통 2-3년 후 이직하지 않으면, 오래 있을 가능성이 높다.따박 따박 나오는 월급, 쾌적한 근무환경을 무시하기 어렵다.
돈은 생각보다 많다. 그러나 직원들에게 분배를 잘 하진 않는다. 돈이 여기저기 많이 쓰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코로나 이후... 달라졌다.
한국지사에서 버는 돈은 대부분 글로벌 본사에게 송금된다. 한해 많이 벌었다고 해서, 직원들에게 주는 보너스 10%가 갑자기 30%로 뛰는 일은 거의 없다. 이미 복지 체계가 좋기 때문에 복지 시스템이 갑자기 좋아지지도 않는다. 그러나 매출이 좋으면 확실히 전체 워크샵이라든지, HR 특수 연수라든지, 팀 회식 비용이 추가로 지급되고, 직원 사은품을 갑자기 지급하는 등 돈을 뿌릴 때가 가끔 있다. 그러나 코로나 이후 Cash is King이라는 모토하에 소비를 최대한 줄이고 있다.
좀 더 IT와 관련된 내용을 언급하다면,
다양한 글로벌 솔루션이 도입되어있다.
회사규모가 어느정도 되면, 본사가 원하는 많은 글로벌 IT솔루션이 지사에 도입되어있다.
도입이 덜 되어있다면,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원 글로벌' '스탠다드' 라는 목표아래에 로컬 솔루션을 죄다 글로벌 솔루션으로 전환하는 것을 IT 목표로 많이 세운다. 가장 먼저 글로벌 솔루션으로 전환하는 것은 ERP시스템으로 많은 글로벌 회사가 SAP를 도입 사용하고 있다. 단가 문제로 마이크로소프트 AX나 타 솔루션을 쓰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SAP 하위 버전을 도입해서라도 SAP로 통합하고 싶어한다.
ERP란? Enterprise Resource Plannning으로 전사적 자원관리 시스템으로 의미한다. 인사, 물류, 회계와 같은 회사 기본 업무 흐름을 시스템에 녹여 회사 운영 시 필요한 업무모듈을 종합적으로 제공하고, 최종적으로 회사 회계장부가 나와 투명하게 회사 경영상태를 파악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가장 유명한 솔루션은 독일계 회사가 만든 SAP로, 운영 솔루션의 노른자라 할 수 있겠다. SAP를 잘 다를 줄 안다면 어느 외국계 회사에서나 채용시 가점을 받을 수 있다.
ERP 시스템이 도입되면, 이후 부수적으로 연결되는 다른 글로벌 시스템으로 전환하길 원하며, 프로젝트로 구성되어 솔루션 별로 지사 도입을 진행한다. HR 모듈, SCM 모듈, 이커머스, BI, POS, 각종 리테일 어플리케이션 등 글로벌 본사와 지사담당자가 통합된 솔루션으로 일하길 원한다. 글로벌 솔루션으로 완전 전환이 어려운 한국 법과 밀접한, 근태관리, 급여관리, 부가세 관리 등 특정 업무 모듈은 로컬 어플리케이션으로 유지하는 경우도 있다.
그외, 통합 현업 프로그램 (원격화상 + 챗 + 파일 공유 등)으로 마이크로소프트 팀즈, 슬랙, 원드라이브, WIKI페이지외, MS Office 365, 다양한 개발 툴킷, 각종 소프트웨어 라이센스를 부서별로 구매하여 사용하는 것이 가능하다. 보통 글로벌 구매팀에서 전체 계약을 해놓고, 특정 부서에서 추가 이용시 사용자별로 라이센스 비용을 n 분할하여 정산한다. 일반 오피스 업무용 솔루션은 자판기 처럼 선택 사용이 가능하다.
로컬에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추진하기 쉽지 않다
앞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스탠다드를 굉장히 중요시하기 때문에 로컬에서 내부 프로젝트를 뛰워 로컬 솔루션 개발을 하는 것은 힘들다. 일반 한국 회사는 별도 개발 인력을 두고 자체 커스터마이징 개발하거나, 외부 컨설팅을 통해 신규 솔루션을 도입하는 등 IT팀 전략으로 진행할 수 있지만, 외국계 회사는 한국 법상 문제가 되거나, 아주 획기적인 매출 증진, 비용 절감같은 벨류가 없는 이상, 로컬 솔루션을 도입하는 것을 절대 원하지 않는다. 따라서, 한국 마켓 전문 IT 업체와 업무 하기 대단히 힘들며, 그런걸 원한다면 한국 모태기업를 가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일 수 있다.
그럼에도 다양한 글로벌 솔루션을 경험해보고 싶다면 외국계 기업도 좋은 선택이며,
이미 포트폴리오가 디자인된 글로벌 로드맵에 따라 새로운 글로벌 솔루션을 도입하는 프로젝트에 조인해볼 수 있다.
솔루션 도입 시 많은 이해관계자들과 일을 한다
솔루션 도입 시, 비니지스 팀과 현업을 많이 한다. 보통 Product Owner로 비지니스 팀이 지정된다. 그들이 프로젝트를 리딩하며 솔루션을 기획하고 IT와 현업하여 시스템을 구축하는 모델을 취하고 있다. 물론 시스템에 따라 IT팀이 리딩하기도 하지만, 현재 추세가 비지니스 벨류가 높은 솔루션을 도입하기 위해 비지니스의 통찰을 기반으로 솔루션을 구성하길 원하고 있다. 비지니스 팀이 영리하고 정확한 벨류를 창출한다면 지원 부서인 IT팀으로서 즐겁게 일할 수 있지만, 아니라면 주객이 전도되는, IT가 리딩하면 안되는데 리딩하는 경우도 왕왕 생긴다. 아직까지 솔루션 도입 프로젝트를 IT가 리딩주관해야 된다는 인식을 가진 비지니스가 많아, 그들을 앞에 세우는 것은 여간 어렵지 않다. 글로벌 비지니스가 직접 리딩하는 솔루션이 마음 편하다.
이런 프로젝트는 초기 계획, 펀딩, 실제 프로젝트 시작, 진행, 마무리 하는 과정에서 엄청나게 많은 이해관계자들이 등장하고 일을 같이 하게된다. 그로 인해, 일을 할때 거의 본적도 없는 사람이 프로젝트 마무리 단계에 등장하거나, 프로젝트 차트에만 이름이 뜨는 경우도 있고, 많은 사람들이 프로젝트의 진행 과정을 실제 프로젝트 멤버처럼 세세히 알기 쉽지가 않다. (그렇게 하는게 능력이긴 하다.)
많은 이해 관계자가 있는 프로젝트라 할지라도, 실제로 일을 하는 메인 멤버들이 일을 하고 중간 보고, 정기 보고를 각 이해 관계자에게 보고를 하고 경우에 따라, 그 이해 관계자의 실무 팀원(담당자가 매번 바뀔떄도 있다. 심지어 근무 타임존도 다름.)에게 매번 설명 후 지원을 받아야 되는 웃픈 현실도 생긴다.
다양한 나라의 사람들과 일을 한다.
IT강국은 한국이라지만, 실제 글로벌 IT인력과 일을 할때는 인도인들이 정말 많다. 특히 글로벌 메이져급 IT인력 소싱 업체와 계약해서 엔지니어급을 지원받는 체계를 많이 가진다. 예를 들어 유명 업체인 인포시스와 계약이 되어있다면 해당 엔지니어는 대부분 인도인이다. 보통 이들이 ERP 및 코어 시스템의 운영 관리를 모두 담당하는 통합 계약을 하는 경우가 많아, 글로벌 솔루션 지원을 받으려면 그들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그러나 실제 이 업체를 관리하는 상위 부서는 글로벌 본사에 있기 때문에 업무 진행승인은 글로벌 본사에게 받아야 되고, 해당 직원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일정을 잡는 과정들이 따라간다. 전 세계 지사가 하나의 회사로 묶여있는 상태고, 각 지사를 관리하는 본사가 글로벌에 있기 때문에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과 연결된다.
타임존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KST (한국 표준시간), GMT(글로벌 표준 시간), IST(인도표준시간) 등 서로의 타임존 차이에 대해 인지하고 미팅이나 작업 시간을 잡을 때 KST 18:00 , IST 15:30 식으로 시간을 언급하는 것은 기본이다.
원격 회의는 일상 다반사다.
코로나가 오기 전부터, 글로벌 담당자들들과 업무를 하기 위해 원격 회의는 일상적이였다. 단지 프로젝트 도입 시 오프라인으로 한국을 방문하거나, 본사로 출장하는 일이 줄어들어 아쉬울 뿐 원격 회의는 항상 있어왔다.
원격 회의를 시작하면, 회의 본론에 들어가기 앞서 서로 인사를 하고 자신의 목소리가 잘 들리는지 꼭 확인을 한다. 종종 자신의 자료나 화면을 공유할때도 자신의 화면이 잘 공유되어 상대방에게 보이는지 확인을 반드시 한다.
특이하게도, 서양권 나라들은 화상회의시 대부분 카메라를 키고 응하는데, 인도를 포함한 아시아권 나라들은 카메라를 잘 키지 않는 것도 문화적 차이라면 차이다.
전체적인 평가는,
지금 이직을 한다해도 외국계 회사로 이직할 마음이 큰 걸 봐서는, 만족도가 높은 편이라 생각한다. 가장 큰 장점은 위크앤라이프 발란스가 확실히 보장되서이고, 좋은 복지혜택, 괜찮은 급여 수준이 한몪한다.
한번 다니면 벗어나기가 쉽지 않다. 외국계 회사만의 특유한 업무 형태와 분위기로, 전통 한국계회사에 가서 적응을 못할 가능성도 있고 특히 IT팀의 경우 한국 지사에 속해 일하면 엔지니어로서의 커리어가 크지 않고 비지니스 솔루션 제너럴리스트 될 가능성이 크다. 달리 말하면 그 회사에 특화된 비지니스 파트너로서의 시스템 운영 업무와 프로젝트를 할 가능성이 크다. IT인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다고 할까? 국내에서 IT 기술/엔지니어 커리어를 쌓고 싶다면 한국 IT기업이나, 외국계IT솔루션 회사로 가는 것이 더 나을 수 있다.
그럼에도 외국계 기업의 IT 운영업무도 여러 재밌는 경험을 할 수 있다. 이 이야기는 다른 페이지에서 풀어보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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